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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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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한 바람이 건건히 불어오는 첫가을이었습니다. 여러 날 두고 비가 조금씩 오던 날이 겹겹 이 싸였던 검은 구름까지 시원하게 벗겨지고 파란 하늘에 화려한 햇볕이 빤하게 빛나는 정신이 번쩍 나는 날이었습니다.
아침부터 비에 갇혀서 방 안에 꼭 들어앉아 골무를 만들고 있던 정희도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일어나서 뒤뜰로 나왔습니다. 저녁 해 비치는 뒤뜰에는 담 앞에 선 오동나무가 석양 해에 비춰 길게 그림자를 뻗치고 있고, 지난 봄에 정희가 손수 모종하여다가 심은 봉선화며 맨드라미들의 아름다운 화초들이 이파리를 나팔나팔하고 있어서 그 번쩍번쩍 윤 흐르는 이파리가 나부끼는 것이 마치 마음 고운 동무 정희를 웃고 손짓하며 반겨주는 것 같습니다. --- “백일홍 이야기”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