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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妻)를 때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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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南洙)의 입에서는 ‘이년’ 소리가 나왔다. 자정 가까운 밤에 부부는 싸움을 하고 있다. 그날 밤 11시가 넘어 준호(俊鎬)와 헤어져서 이상한 흥분에 몸이 뜬 채 집에 와보니 이튿날에나 여행에서 돌아올 줄 알았던 남편이 10시 반차로 와 있었다. 그는 트렁크를 방 가운데 놓고 양복을 입은 채 아랫목에 앉았다가 정숙(貞淑)이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을 힐끗 쳐다보곤 아무말도 안했다. 한참 뒤에 ‘어데 갔다 오느냐’고 묻는 것을 바른 대로 ‘준호와 같이 저녁을 먹고 산보한 뒤에 들어 오는 길이라’면 좋았을 것을 얼김에 ‘친정 쪽 언니 집에 갔다 온다’고 속인 것이 잘못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남수는 불만은 하나 어쩔 수 없는 듯이 ‘세간은 없어도 집을 그리 비우면 되겠소’하고 나직이 말한 뒤에 그대로 윗방으로 올라가서 자리에 누웠다. 정숙은 준호와 저녁을 먹고 산보한 것이 감출만한 것도 안 되는 것을 어째서 자기가 난생 처음 거짓말을 하였는가 하고 곧 후회되었으나 준호와 산보하던 때의 기분으로 보아 준호도 그것을 남수에게 말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다시 두말 없이 그대로 아랫방에 자리를 깔았다. --- “처(妻)를 때리고” 중에서 |